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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모기 극성에 진드기 북상 중…기후변화의 위협

권역별 기후변화 매개체 감시센터에서 채집한 진드기. 사진 질병관리청 제공

권역별 기후변화 매개체 감시센터에서 채집한 진드기. 사진 질병관리청 제공

ㄱ(36)씨는 얼마 전 모기 한 마리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출근 준비를 위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양팔과 다리는 물론, 눈두덩이까지 피부가 부어올랐다. ㄱ씨는 “한여름 밤 윙윙거리는 소리에 잠 못 이룬 적은 있어도, 9월에 이렇게 많이 물린 건 처음”이라며 “모기도 처서(8월23일)가 지나면 입이 비뚤어진다던 속담은 이제 못 쓰겠다”고 말했다. 9월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건 기후 변화 영향이다. 모기는 32도가 넘으면 대사 활동이 과하게 활발해져 수명이 단축된다. 여름밤 모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만큼 그 해 여름이 뜨거워 모기도 활동을 쉬었다는 뜻이다. 모기가 살기 가장 좋은 날씨는 25∼29도 사이인데, 1935년 이후 88년 만에 이례적인 9월 초 열대야가 나타났던 올해 9월이 그랬다. 실제 이달 21일치 질병관리청의 ‘주간 감염병 통계’를 보면, 올해 일본뇌염 매개 모기가 가장 많이 나온 시기는 8월이 아니라 처음 300마리 넘게 채집된 9월10∼16일(327마리)이었다. 모기는 기후 변화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대표적인 감염병 매개 곤충이다.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달라지는 변온 동물인 까닭에 환경이 바뀌면 곧바로 발생 양상이 달라진다.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시기가 그 증거다. 뇌로 감염이 퍼지면 20∼30%가 사망에 이르는 감염병인 일본뇌염은 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작은빨간집모기’가 처음 채집됐을 때 주의보가 내려진다. 질병청 매개체분석과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75년만 해도 6월24일 발령됐던 주의보가 2020년엔 3월26일로 45년 사이 3개월가량 앞당겨졌다.
일본뇌염 주의보·경보 발령일 추이. 사진 질병관리청 제공

일본뇌염 주의보·경보 발령일 추이. 사진 질병관리청 제공

모기의 이른 등장은 3월 하순이 옛 6월 하순만큼 따뜻해졌다는 뜻이다. 모기는 겨울잠을 자다가 13도 이상일 때부터 흡혈을 하며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처음(3월21∼22일)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된 제주와 부산은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 사이 낮 최고 평균기온이 14.9도였다. 따뜻한 기온은 새로운 모기에겐 한국에 뿌리내릴 기회가 될 수 있다. 흰줄숲모기는 뎅기나 지카 바이러스를 매개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뎅기열 등을 확산시키지 못했다. 바이러스를 가진 성충이 한국의 추운 겨울을 나지 못해 대가 끊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이 따뜻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위생곤충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50년이면 1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 될 거란 예측이 있다”며 “겨울 평균 기온 10도면 흰줄숲모기 성충이 죽지 않고 살아남아 뎅기열을 토착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5년 감시를 시작한 진드기는 최근 들어 서식지 변화가 포착됐다. 가을철 주요 발열성 질환인 쯔쯔가무시증을 일으키는 주요 매개체인 ‘활순털진드기’는 2013년까지만 해도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발생해 최대 경기 화성이나 여주까지 북상했다. 그런데 지난해엔 강원 철원에서도 확인되는 등 서식지가 북쪽을 향하고 있다. ‘익소데스(Ixodes)속 참진드기’도 발생 증가가 우려된다. 사람을 물어 피부 증상과 함께 혈액을 타고 균이 몸 여러 곳으로 퍼지는 라임병을 감염시키는데, 2018∼2022년 사이 라임병 환자는 국내 발생(73명)이 국외 발생(21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게다가 질병청이 2017년 봄(3∼5월)과 가을(9∼11월)에 들쥐와 같은 야생 설치류를 흡혈하는 이 참진드기의 병원체를 분석해보니, 남부 지역(경남 거제·전남 고흥·제주)에서만 다른 종의 병원체가 확인됐다. 활순털진드기처럼 얼마든지 북상할 가능성이 있어, 질병청은 추가 감시에 나설 예정이다.
연도별 활순털진드기 분포 변화. 사진 질병관리청 제공

연도별 활순털진드기 분포 변화. 사진 질병관리청 제공

곤충들의 발생 양상 변화는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 가능성을 알리는 위험 신호인데, 전문가들은 이런 정보 구축에 있어 한국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평가한다. 질병청은 2010년 3곳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 대학교 등을 통해 전국 16곳에서 기후변화거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곤충을 통한 감염병 대응의 성패는 지금부터 얼마나 꾸준히 감염병 매개체를 감시하고 연구하느냐에 달렸다. 이용석 순천향대 교수(생명과학)는 “연구하는 입장에선 모기 몇 만 마리를 잡아 하나하나 분석한다는 게 너무 고된 일”이라면서도 “전국 센터에서 채집해 구축한 정보가 추후 감염병 매개체·병원체를 추적·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