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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여자배구 대표팀, 항저우서 시작한 ‘희망의 날갯짓’

망명자로 이뤄진 여자배구 대표팀
카자흐스탄전서 0-3 완패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여자배구 대표팀이 30일 중국 항저우사범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예선 D조 카자흐스탄과 경기 전 서로 손을 맞잡은 채 대기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아프가니스탄 여자배구 대표팀이 30일 중국 항저우사범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예선 D조 카자흐스탄과 경기 전 서로 손을 맞잡은 채 대기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평범한 배구 경기였다. 각 팀에서 6명의 선수가 코트에 올랐다. 총 12명의 선수는 서브, 리시브, 토스, 스파이크를 반복했다. 서브 에이스에는 함성이 터져 나왔고, 리시브 실수에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승자는 기뻐했고, 패자는 아쉬워했다. 중국 항저우사범대학 체육관에서 30일 열린 아프가니스탄(아프간)과 카자흐스탄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배구 조별리그 D조 첫 경기 풍경이다. 물론, 이 경기는 평범하지 않았다. 아프간에서는 평범함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집권한 2021년 이후 아프간에서 여성은 스포츠를 할 수 없다.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위해 아프간을 탈출했다. 페르시안 인디펜던트는 아프간 유소년 여자배구팀 코치를 인용해 유소년팀에서 뛰던 마흐자빈 하키미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키미를 추모하는 그림엔 “나는 그저 배구를 하고 싶었다”는 글귀가 담겼다.
아프가니스탄 여자배구 대표팀 아미리 모하데세가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아프가니스탄 여자배구 대표팀 아미리 모하데세가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대회 참가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국외 망명자로 구성된 여자배구 대표팀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도움을 받아 항저우에 입국하기로 했고, 아프간올림픽위원회는 이 사실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회 개막 직전 탈레반 관계자가 외신에 “아프간 선수단은 133명 전원이 남성”이라고 반박하며 긴장이 커졌다. 다행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대회 주최 쪽은 아프간 선수들의 출전에 의지를 보였다. 국제대회 참여가 간절했던 탈레반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입국이 성사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아프간 선수 총 105명 중 15명(육상 1명·사이클 2명·배구 12명)은 여성이다. 다만 망명자로 이뤄진 여성 선수단은 남성으로 구성된 본단과 따로 입국했다. 아프간은 이날 카자흐스탄에 0-3(4:25/5:25/3:25)으로 완패했다. 애초에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금지돼 순위 집계조차 할 수 없는 아프간은 세계랭킹 32위 카자흐스탄에 상대되질 않았다. 카자흐스탄은 이번 대회 출전팀 중 중국(6위), 일본(9위), 타이(13위)를 제외하면 가장 순위가 높다. 40위까지 떨어진 한국보다도 순위상 강팀이다. 더욱이 아프간 대표팀은 평균 키가 172.5㎝로, 181㎝의 카자흐스탄에 높이에서도 밀렸다. 약 4천명의 관중 앞에서 당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압도적인 패배 중 하나였다.
카자흐스탄 여자배구 대표팀 니키티나 타티아나의 스파이크 공격을 아프간 선수들이 바라만 보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카자흐스탄 여자배구 대표팀 니키티나 타티아나의 스파이크 공격을 아프간 선수들이 바라만 보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아프가니스탄 여자배구 대표팀 하사니 하리마가 때린 스파이크가 네트에 꽂히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아프가니스탄 여자배구 대표팀 하사니 하리마가 때린 스파이크가 네트에 꽂히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하지만 이날 경기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압도적인 희망도 보여줬다.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던 모하메디 나르완드(19)는 ‘오늘 경기해서 좋았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아니요”(No)라고 답했다. 질문한 기자는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지만, 완패한 선수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르완드는 “이곳의 모든 건 만족스럽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다”고 했다. 배구를 하고, 승리에 기뻐하고, 패배에 아쉬워하는 일. 그 평범한 일을 되찾는 여정이 이곳 항저우에서 시작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mail protected]